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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준씨가 없는 일주일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교회 수련회 때문에 일주일 연가를 냈다.
허준과 유의태의 고장 산청에서 지금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년 전에 했던 MBC 허준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지만,
난 20년 전쯤 읽었던 동의보감이 아직까지도 더 가슴에 선명하게 와 닿는다.
'면천시켜 주랴?'
김민서가 뒤틀릴대로 뒤틀려 천하의 잡놈이 된 허준에게 말해 줬던 이 구절이 가장 인상에 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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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원에게도 얘기했지만
도준씨와 난 정반대의 스타일이다.
태클당한 연수는 똑같지만,
난 날라리 의대생이었고 도준씨는 의사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해 다시 재도전한 경우.
도준씨의 부재에 대해 다들 걱정하는 것을 보고,
내가 실력이나 덕망으로 도준씨에게 이겨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수련회에 간 도준씨가 걱정하지 않게 만들어주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큰 무리 없이 잘 한 것 같다.
얼마 전에 도준씨가 환자의 귀에서 이물질을 빼내는 걸 보고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나 역시도 한번에 환자의 귀 깊숙이 박힌 면봉을 빼냈다. (명의를 만나 한번에 빠진 거라고 거들어 주시는 간호사 계장님의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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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이모 부부.
얼마 전 어머니가 큰이모가 결혼하실 때를 얘기해 주시면서
사실 우리 큰이모부보다는 혼담이 오가는 육사 출신의 장교분을 외할머니가 더 마음에 들어하셨는데
교육자이신 외할아버지가 대학 중의 대학이라는 서울 문리대 정치학과 출신의 이모부 학벌을 보고
이모부가 더 낫다고 하셔서 결혼이 그렇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사실 사촌형님들과 큰이모 부부를 보면 저 정도만큼 행복하고 성공한 가정도 드물다고 여겨지는데,
그 당시에는 외할머니가 그 육군 장교분의 헌걸찬 장부같은 모습을 보고 너무나도 아쉬워하셨다고 한다.
지금과는 달리 엘리트들이 육군사관학교에 많이 진학할 때라서 학벌 문제도 그렇고 사람의 인상이 매우 중요한데..
어찌 되었던 원주 바닥이 매우 좁아 결국 이모와 혼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그 분이 군 최고 요직 중의 요직인
수도 경비 사령관이 되었다는 얘기는 어머니가 처녀 때 들으셨다고 한다.
언제 시간 나면 그 분이 지금 뭐하시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라고 하셔서 어제야 생각이 나서 찾아 보았는데,
육군 사관학교 교장까지 거치셔서 대장은 못 되었지만 중장으로 예편하신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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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자기 어머니의 바램대로 그 분이랑 결혼했더라면
더 화려한 삶을 사셨겠지만 더 행복하셨을까..
이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예들 때문에 나 역시 결혼 적령기에서 보내버리고 놓쳐 버린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