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6.11

무슈샹베르탱 2010. 6. 11. 19:08

My companion.

 

오늘 하루도 난 마치 하비성루에서 적병들을 찍어내다 지쳐 버린 여포와 같은 몸과 마음이었다.

 

환자를 적병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래서도 절대 안 되지만 그들이 가지고 오는 여러 질환들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처음 companion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매우 좋아했으나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환자가 많고 할 일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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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본 천사표 의사 베스트 10 안에 들 정도로 착한 아이이다.

 

내가 여기에 오기 전 여러 가지를 물어 볼 때

 

'저도 고대 공대 99학번이어서 고대 잘 알아요.

 

이제 우리 의료과도 안암 라인이 생기는 건가요?'

 

란 언급을 받고,

 

도착하자마자 회식 자리에서 술 한잔 하면서

 

'도준아, 한번 고대는 영원한 고대다'

 

라는 내 특유의 형제 관계를 맺은 후 동생으로 잘 대해주고 싶었지만,

 

일단 공보의 환영 회식이 한달도 훨씬 지나 잡혔고,

 

그 친구는 술을 안 마신다.

 

게다가 너무 착한데..나한테 형이라 부르겠다고 얘기를 하지 않으니...

 

그냥 서로 선생님이라고 깍듯이 얘기해 주면서

 

정말로 서로가 덜 일을 하겠다고 조금이라도 얼굴을 붉힌 적이 없다.

 

밀려오는 환자들 때문에 화가 솟아나 혹시나 저쪽을 쳐다 봐도 역시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만의 방식대로 하다가 상관에게 혼이 나도 항상 위로해 주고 자기도 처음 부임했을 때는 그랬다고 격려까지 해 준다.

 

궂은 일이 찾아오면 항상 먼저 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 그 친구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나 역시 9 to 6를 깨 본 적이 한번도 없고

 

항상 먼저 환자를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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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막장으로 본업에는 신경 안 쓰고 무덤이나 파 대고 거만한 태도로 친구를 대하던 사람들과 너무 비교되지만...

 

나 역시 그 당시 나의 상황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었고 중요한 건 현재다.

 

공중보건의사가 한국전 2경기에 비상대기를 서야 하는 상황.

 

당연히 내일 한국: 그리스전이 서로가 기피해야 될 날이다.

 

한국의 승률도 승률이지만 정말 작은 이익에 급급하는 무리들에게는 토요일이기 때문이다.

 

제비뽑기같은 것도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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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진심이었다.

 

'선생님, 난 어차피 리오넬 메시의 팬이라서 큰 화면에서 메시가 우리 태극 전사들이랑 싸우는 걸 볼테니

 

선생님이 그 날 비상대기하시죠.'

 

라고 얘기했지만,

 

그 친구는 오히려 '생각해 볼게요. 선생님.'

 

하더니 결국 자기가 집이 가까우니 내일 비상대기를 서 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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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주위 놈들은 왜 다 그런 놈들 밖에 없냐?'

 

절친이 가감승제 없이 해 준 내 얘기를 듣고 개탄해 주며 했던 말.

 

나 역시 인덕이 참 없다는 걸 최근 몇년간 제대로 느껴봤지만

 

(내 생일에 와 줬던 친구들 빼고는)

 

가능성이 보인다.

 

감사하다. 아버지 하나님께.

 

나와 도준씨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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